2025-S 네덜란드 답사 (Amsterdam, Rotterdam)
- enfey9
- 2일 전
- 5분 분량
작성자: 채승
Location: Amsterdam and Rotterdam, Netherlands
Date: May 23-30, 2025
Purpose: Attend at TRS 2025 Conference, Street environment observation
*모든 사진의 저작권은 연구실과 촬영자에게 있습니다. 불법 다운로드 및 사용을 금합니다*
안녕하세요-
이번 TRS 학회에 참석하면서 네덜란드의 암스테르담과 로테르담의 보행환경 및 가로환경에 대해 살펴보고 느낀점에 대해 간략히 작성하게 된 이채승입니다.
두 도시에 대해 각각 자세히 작성 후, 간략히 비교해보고자 합니다.

암스테르담 (Amsterdam)
도시구조: 방사형 운하와 고밀도의 걸을 수 있는 도시
암스테르담의 도심은 중앙역을 기점으로 방사형의 운하와 고리형 도로망이 펼쳐져 있습니다.
따라서 도시의 확장이 수평적으로 이루어졌습니다.
운하를 가로지르는 여러 다리는 도시를 단절시키지 않고 유기적으로 연결해줍니다.
걷다 보면 ‘길’이 끝나는 지점 없이 여러 공간들이 연결되어 이어지는 도시구조라는 것을 알 수 있었습니다. 흥미로운 점은, 운하를 지나서 새로운 운하가 등장하고, 또다시 새로운 운하가 등장하는 것이 다른 길로 들어섰는데도 연속적인 하나의 환경처럼 느껴진다는 것입니다.

운하를 따라 중심부에서 외곽까지 대부분의 공간이 고밀도·혼합용도로 계획되어 있어, 도보나 자전거로 접근 가능하기 쉬운 구조입니다.
이러한 도시 구조는 자동차 중심의 도시에 비해 이동 거리를 줄이고, 걷게 만듭니다.
암스테르담에서는 가려는 곳이 차를 타든, 대중교통을 이용하든(종종 대중교통도 없음), 보행을 하든 거리가 비슷합니다. 종종 차를 타더라도 오래 걸리는데, 이는 차로 접근불가능한 곳이 많기 때문에 한바퀴 돌아서 가야하기 때문이었습니다(아래는 예시, 대중교통으로 가는방법 없음).
이 때문인지 자전거를 타면 효율적이라는 생각이 절로 들 수 밖에 없는 도시 구조였습니다.

암스테르담 운하에는 주거용 보트뿐 아니라 카페나 상점으로 활용되는 수상 보트들이 정박되어 있어 생활의 일부로 기능합니다.
또한, 운하를 가로지르는 다리에는 상징적으로 자전거가 비치되어 있거나, 벤치가 있어서 운하를 보면서 쉴 수 있는 공간으로 만들어져 있습니다(왼쪽 아래). 따라서 운하를 가로지르는 다리도 단순한 연결 통로가 아닌, 머무를 수 있는 공공공간으로 작동합니다.
앞서 운하가 각기 다른 장소임에도 연속적인 환경 같다는 말은 사진에서도 확인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암스테르담에 방문하면 꼭 날씨가 좋을 때, 운하 보트를 타보시길 바랍니다. 보통 60분 정도 타는데, 암스테르담 도시 전반의 건축물을 살펴보면서 작은 운하에서 큰 바다까지 나가게 됩니다. 정말 여유롭고 좋아서 추천드립니다.

건축물 - 규제로 인한 독특한 가로의 파사드 형성
암스테르담의 건축물은 전면(앞면)이 좁고 옆으로 긴 형태가 많은데, 이는 단순한 설계 의도가 아니라 역사적 건축 규제와 조세 정책의 결과라고 합니다.
17세기 네덜란드 황금시대에 암스테르담에서는 건물의 전면 폭(거리와 맞닿은 폭)을 기준으로 세금을 부과하는 제도가 있었습니다. 이로 인해 시민들은 세금을 줄이기 위해 전면은 좁게, 대신 깊이를 길게 설계했고, 결과적으로 도시 전역에 폭은 좁지만 세로로 긴 형태가 나타납니다.
암스테르담에서 가게에 들어가면 안이 깊은 것을 알 수 있고, 다른 곳보다 거리에 다양한 상점이나 시설을 접할 수 있었습니다.
여담으로, 창문도 개수와 크기에 따라 세금을 부과했어서 창문을 세로로 길게 해서 채광과 환기를 최대한 하려고 했다 합니다.

이러한 건축 형태는 도시 경관의 중요한 일부로 보존되고 있으며, 대부분 4~5층 이하의 저층 고밀도 구조로 구성되어 있어 걷는 사람의 눈높이와도 잘 어울리는 스케일감을 줍니다.
신기한 점은 이것이 경관적으로 보존하기 위해 해당 건물을 공사하면 도로에 면한 앞면만 떼어내고 뒤에 내부구조를 철거하거나 재건축합니다.
법적으로도 전면 파사드의 철거는 거의 불가능하다고 합니다.
그래서인지 자세히 살펴보면 건물의 앞면 구조와 뒷면 구조가 다르곤 합니다.
건물이 위로 갈수록 경사로 기울어져서 건물이 쏟아질 것 같다는 느낌도 받았습니다. 이는 옛날에 좁은 계단으로 인해 물건을 창문으로 옮겨야하는 문제 때문에 기울였다고 하는데, 이러한 기울기도 그대로 유지하는 것이 원칙이라 그런 것이라 합니다.

보행환경 - 자전거를 둘러싼 보행을 위한 도시
네덜란드 하면 바로 자전거의 도시입니다.
말 그대로 가로에 자전거가 굉장히 많았고, 자전거를 주차할 수 있는 인프라가 잘 되어있었습니다.
암스테르담의 도심은 자동차 진입이 제한되기 보행자와 자전거 이용자가 우선인 환경입니다.
실제로 자동차가 적었고, 유럽 그 어느 지역보다도 자전거가 많은 점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대부분의 보도는 연석의 높이차이가 크지 않아 연석은 단순히 공간 분리 정도로만 활용되었습니다.
심지어 이면도로가 아닌 분리도로 환경에서도 차도, 인도, 자전거도로의 경계가 흐렸습니다.
자동차 도로와 보도의 경계는 명확하지만 시각적으로는 이질감이 적어 하나의 연속된 공간처럼 느껴졌습니다.

이면도로는 차량이 거의 다니기 어려운 환경이었습니다.
이면도로에서도 마찬가지로 군데 군데 자전거를 위한 거치대가 마련되어 있습니다.

특히 이면도로에서 차량의 접근이 얼마나 엄한지 아래의 사진을 보면 알 수 있습니다.
왼쪽 사진은 자동 상승형 볼라드로, 빨간 불빛이 켜지면 차량 진입이 불가능하거나 제한된 시간대라는 것을 의미합니다.
따라서 경우에 따라(허가 차량의 번호판 인식/원격 조작 or 시간제 제한) 진입을 허가하면 볼라드가 자동으로 내려갑니다. 올라가 있는 경우에는 보행자와 자전거만 통과 가능하다고 합니다.
보행자 우선구역을 확보하고 불필요한 차량 진입을 통제하는 방식인데, 굉장히 흥미로웠습니다.
오른쪽 사진은 대마초가 합법인 네덜란드에서, 대마초 흡입 금지 구역이라는 팻말입니다(관광객이 많이 몰리는 곳 위주).
자전거 표시는 이 도로는 자전거 전용 도로라는 의미입니다.
이렇게 자전거와 보행자를 중심으로 암스테르담 도심이 설계되어 있습니다.

암스테르담에서는 운하 주변 뿐만 아니라, 주변 도로에서도 보행자가 쉴 수 있는 벤치가 많이 마련되어 있었습니다.
여러 측면에서 보행과 자전거로 연결되어 있고, 지원하기 위한 환경도 규제적으로나 설계적으로 잘 구성되어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로테르담 (Rotterdam)
도시구조: 전쟁 이후 재설계된 네덜란드의 예외적인 계획도시
로테르담은 2차 세계대전 당시 독일군 폭격으로 중심부 대부분이 파괴되었고, 전후에 전면 재개발된 유일한 네덜란드 도시입니다.
이로 인해 대부분의 네덜란드 도시들이 중세적 보행 패턴과 소규모 필지를 유지하는 반면, 로테르담은 대형 블록, 광장, 넓은 차도, 고층 건물이 도입된 모더니즘 도시계획을 따르게 되었습니다.
걷다 보면 도시 전체가 ‘네덜란드답지 않다’는 느낌이 들 정도로 스케일이 다릅니다.
거리 간격은 넓고, 시야는 멀리까지 트여 있으며, 건물들은 뚜렷한 개성을 보이고, 형태 자체가 실험적이라 독특한 도심의 실루엣을 구성합니다.
(저의 첫 느낌은 사실 '여의도 같다' 였습니다 ㅎㅎ)

건축물 - 건축가들의 실험 공간
로테르담은 건축가의 도시입니다.
전쟁 후 재건 시작부터 도시가 건축적 실험의 무대가 되었고, 지금도 수많은 현대 건축가들이 로테르담에서 작업한다고 합니다.
걷다 보면 경사진 유리면, 기하학적 구조, 공중 연결 브리지, 곡면 유닛 등 다양한 건축 실험들이 눈에 띄고 이런 실험들이 특이한 스카이라인을 만드는 것 같습니다.
건축적 다양성은 거리에 리듬을 만들어주며, 도시를 걷는 행위 자체를 흥미로운 시각적 자극을 만들어냅니다. 도시가 단일한 스타일을 강요하지 않고, 다양성이 공존하는 장이 되어 주는 것입니다.

아래 사진처럼 큐브하우스는 내부구조가 독특했는데, 실제로 사람이 거주하는 곳이라고 합니다.

마켓홀(Markthal; 마르크탈)은 시장과 주거공간이 결합된 세계 최초의 건축물으로, 양쪽 벽은 주거공간이고 내부는 광장으로 구성되었습니다.
이 곳의 천장에 그려진 아트는 실내 시장임에도 외부와 연결된 느낌을 주는 역할을 합니다.

보행환경 - 분리와 질서 속의 다양한 교통수단의 공
로테르담의 거리는 보행자·자전거·트램·차량이 명확히 구분된 구조 속에서 각자의 흐름이 방해받지 않고 흘러가는 도시적 질서가 있습니다.
로테르담은 전쟁 이후 전면 재건되었기 때문에, 중세 도시 특유의 미로 같은 골목이나 비선형 구조는 거의 없습니다.
대신에 도로는 직선적이고 시원하게 트여 있으며, 각 교통 수단의 흐름이 레이어처럼 정돈된 상태로 공존하고 있었습니다. 이러한 보행환경은 ‘분리의 미학’이라 부를 수 있을 정도로 깔끔하고 효율적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마치 보행로 - 자전거도로 - 교통섬 - 차도 - 교통섬 - (트램) - 교통섬 - 차도 - 교통섬 - 자전거도로 - 보행로 의 구조로 이루어져 있었습니다.

가장 먼저 눈에 띄는 것은 넓고 평탄한 보도입니다.
대부분의 보도는 폭이 3m 이상 확보되어 있고, 포장 재질도 시각적 통일감을 주며 미끄럽지 않게 처리되어 있었습니다.
필로티 밑으로도 보행로가 많아서 어떻게든 보행공간을 확보하고자 한 노력을 볼 수 있었습니다.
사람이 건너거나 다니는 공간에는 최대한 단차를 만들지 않은 것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보도와 나란히 이어지는 트램 선로와 자전거 도로는 또 다른 레벨의 질서를 형성합니다.
트램은 보행자와의 간섭을 최소화하기 위해 대부분 보도와 트램 선로가 물리적 혹은 시각적으로 분리되어 있었습니다(대체로 교통섬으로 분리되어 있습니다).

또한 자전거 도로는 보도와 차도 사이에 위치하며, 붉은 색 포장으로 시각적으로 명확히 구분되어 있습니다.
네덜란드의 여느 도시처럼 로테르담 역시 자전거 이용률이 높기 때문에, 자전거와 보행자의 간섭을 줄이기 위한 설계가 치밀하게 이루어져 있었습니다.
자전거 도로는 보도와 10~20cm 정도의 단차를 두어 물리적 분리를 하고자 했는데 이것이 보행자와 섞이지 않아 더 안전하다고 느꼈습니다. 게다가 자전거 도로가 회전하는 구간이나 자전거 도로만을 위한 신호나 교차로가 굉장히 잘 설계되어 있었습니다.

두 도시의 비교
암스테르담과 로테르담은 정말 정반대의 느낌을 받았다고 할 정도로 차이가 큰 도시였습니다.
두 도시는 자전거의 도시라는 두 공통점을 두고, 서로 다른 방식으로 도시의 형태가 나타났던 것 같습니다.
암스테르담
암스테르담은 자전거와 보행자가 좀 더 공존되어 있고, 옛 건물의 보존이 중요하기 때문에 좀 더 좁은 길들과 사람 눈높이에 맞는 저층형태로 나타났습니다.
그리고 운하와 연결되는 보행자와 자전거 공간이라는 것에서 도시 하나를 전체적인 연결성을 높인 공간이라 생각이 들었습니다.
로테르담
로테르담은 모든 교통수단을 분리해서, 각 교통수단의 이용자가 편안하게 이용할 수 있게 만들었으며, 새로운 건축적 도전들 때문인지 좀 더 중고층의 건물이 스카이라인을 다채롭게 형성했습니다.
이런 건축물에 대한 실험적 시도들은 시각적으로 풍부하고 독특했지만, 가로와 도로는 또 질서정연한 모습이 대비된 공간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개인적인 생각
개인적으로는 보행자 측면에서 암스테르담보다 로테르담에서 보행하는 것이 더 편안하고 안정감 있다고 느꼈습니다.
암스테르담은 확보 가능한 보행 면적이 적기 때문에 보행자와 자전거가 함께 움직이는 것이 약간 위험하다는 생각이 들었고, 로테르담은 교차로에서 자전거의 회전 또한 규칙적이고 질서있기 때문에 이러한 분리가 더 안전하다고 느꼈습니다.
더해서, 로테르담이 암스테르담보다 유니버셜 디자인 측면에서 우수했고, 보도 뿐만 아니라 도로도 넓었지만 중간중간에 많은 보행섬과 녹지 덕분에 도로가 넓어서 횡단하기 어렵다는 생각이 적게 들었습니다.
오히려 자전거가 옆에 다녀서 안전하고 휴먼스케일도 일정 부분 있다는 생각이 들었고, 차량이 멀리 다니기 때문에 보도에 있는 보행자가 차에 치일 위험이 적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Comentário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