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간: 2023년 10월 18~21일 (19~21일만 참석)
장소: 시카고 Palmer House Hilton 호텔
참석: 김승남
이하 내용은 지극히 개인적인 감상입니다.
지난번 APA와 마찬가지로 항상 학기 중에 개최되어 참석하기 어려웠던 ACSP,
연구년 덕분에 이렇게 첫 경험을 해본다.
전체적인 감상은 확실히 APA 보다는 훨씬 학술적이어서 그래도 볼만한 세션들이 꽤 많았다는 거.
3일 동안 매일 아침 9시 무렵부터 저녁 7시 반까지 수 없이 많은 세션이 열리는데, 워낙 같은 시간에 많은 세션이 열리다보니 겹치지 않고 볼 수 있는 최대치는 15개 내외 정도로 보인다. 스케쥴 앱를 확인해보니 그래도 대략 10개 이상의 세션에 참석했던 것 같다.
그런데 교수가 되어서 학회 세션을 진지하게 공부하는 자세로 바라보긴 참 어려운거 같다. 일단 새로움이 느껴지지 않는다. 이건 이 학회의 문제라기 보단 나의 문제일 수도 있긴 하다.
몇몇 주제에 대한 감상을 요약해보자면:
나의 주요 관심사인 건조환경과 인간행태의 관계에 대한 연구는 여전히 메인 스트림 안에 있는 듯하다. 그런데 이론적인 발전은 전혀 없고, 데이터 측면에서의 확장만 보인다. 그러다보니 10년 전이나 지금이나 하는 얘기가 다르지 않다.
개인적으론 2010년대를 풍미했다고 보고 있는 Tactical Urbanism 관련 논의는 거의 사라진 듯하다. 아예 없진 않은데 확실히 몇 년 전 만큼의 관심은 못 받고 있다. 왜 이 주제가 시들해졌는지는 시카고나 뉴욕 도심만 잠깐 돌아다녀 봐도 금방 그 이유를 찾을 수 있다. 시카고 도심에서도 몇몇 사진들을 찍어 두었는데, 요건 나중에 따로 정리해서 올려볼까 한다.
스마트시티는 특별한 분야로 자리잡지 못하고, "스마트"라는 키워드로만 남아있다. 그리고 이건 지극히 정상적인, 당연히 그래야만 하는 변화라고 본다.
굳이 스마트시티의 범위를 확장해서 보자면, 자율주행차 논의와 빅데이터 논의 정도가 전부일 듯하다.
빅데이터는 관련 논의는 이제 자리를 잡은 듯하다. 하지만 별로 관심이 없기도 하고, 일단 수가 너무 많아서 하나하나 찾아서 듣지는 않았다.
나의 요즘 주 관심사 중 하나인 자율주행차 관련 세션은 거의 다 찾아가서 들었는데, 솔직히 말하면 재미가 없다. 나의 관심사는 자율주행차와 보행자의 관계인데, 이쪽에서는 주로 자율주행 대중교통 정책에 관심이 많은 듯하다.
내가 요즘 집중하는 VR 연구는 단 한편도 없었다. 키워드로 가상현실이라는 단어를 사용한 연구들은 몇몇 있었으나, 내용은 꽤나 많이 동떨어진 것들이었다.
미국은 여전히 equity나 인종 문제에 관심이 많은데, 난 이런 것들에 무지하기도 하고 관심도 별로 없어서 그리 흥미롭게 다가오진 않았다
짧은 발표 시간도 내가 큰 흥미를 못 느꼈던 원인 중 하나인 듯하다. 워낙 많은 초록이 제출되다보니 한명 한명에게 많은 시간을 배정하지는 못했을 것이다. 완결된 논문은 15분, 진행 중 논문은 10분 정도가 배정되는데, 사실 깊은 이야기를 듣긴 어렵다. 또한 몇몇 발표는 일부로 중요한 내용은 숨기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들었다. 이러다보니 발표 보는게 그리 흥미롭진 않았다. 학회에서 만난 몇몇 교수님들과 이야기를 나눠보니 나와 다들 비슷한 생각들을 하시는 듯하다. 교수보다는 박사수료생 정도의 학생들에게, 공부보다는 네트워킹에 도움이 되는 학회라는 말도 들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앞으로도 학생들과 함께 참석을 해볼까 한다. 그리고 올해는 초록 마감일을 놓쳐서 발표를 못했지만, 내년엔 나도 직접 발표를 해볼까 한다. 과거에 비해 학회에서 느끼는 흥미는 떨어졌지만, 후학들에게 좋은 경험의 기회를 제공하는 것도 교수의 일이다보니 가급적이면 매년 참석을 해볼까 한다(물론 우리학교 규정상 학기 중 학회 참석이 매우 곤란하긴 하지만..).
그 외 사소한 뒷 이야기들:
한국인 교수님들을 대략 15분 넘게 만나 뵌 것 같다. 그 중에는 해외 대학에 계신분들도 꽤 되었다. 한국에서 학위를 하고 한국에서 계속 일을 하다보니 이런 분들을 뵙기 어려웠는데, 짧게나마 인사를 나눌 수 있어서 좋았다.
학회 기간 중 만난 한국인 교수님들 중 국내에서 학위를 하신 분은 한분도 안계셨다. 그러고 보면 학위를 한 국가에 따라서 참석하는 학회들도 좀 차이가 있는 것 같다.
연구실 동문은 나와 성균관 대학교의 신은진 교수, Texas A&M에서 박사후 연구원으로 있는 이한울 박사가 전부였다. 팔이 안으로 굽어서인지는 모르겠지만, 사실 이 두 후배님들의 발표가 나는 제일 재밌었다. 이한울 박사에게는 나중에 따로 물어 우리 연구실의 VR 실험에서 활용할 수 있는 Skin conductance에 대한 자문을 얻을 수 있었고, 신은진 교수와는 식사를 하면서 몇 가지 방법론적 궁금증을 해소할 수 있었다(사실 100% 이해가 되진 않아서 나중에 따로 자문을 구해야할 것 같다). 어쩌다보니 내가 가장 선배라서 식사 자리를 제안하여 함께하게 되었는데, 사실 후배님들이 부담스러워할까 고민을 많이 했었다. 지나고 보니 적어도 내 스스로는 잘한 선택이란 생각이 든다. 내년에는 더 많은 선후배님들 뵈었으면 한다.
아 확실히 미국 학회는 미국 대학 출신들이 와야하는게 아닌가 싶은 생각도 들긴 했다. 각 학교 동문들끼리의 네트워킹이 활발하다. 공부보다 네트워킹이 주가 된다면 나처럼 미국에 연고가 없는 사람들은 딱히 와서 할 일이 없을 수도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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